왜 독마다 술맛이 다를까?
전통주를 빚을 때 의문이 드는 것중의 하나가, 빚을 때마다 술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똑 같은 레시피, 똑 같은 재료를 가지고 같은 사람이 여러 독에다 술을 빚었는데 나중에 채주해 보면 맛이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느 독에서는 단맛이 좀 강하게 있는가 하면 어느 독에서는 쓴 맛이 좀 있고, 또 어느 독에서는 신맛이 좀 있고, 어느 독에서는 진하고 구수한 맛이 감도는가 하면 어느 독에서는 텁텁한 시골 맛이 풍겨나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왜 그럴 까? 이론적으로 보면 여러 독에 술들이 모두 같은 맛을 내야 정상이다. 그런데 왜 다른 맛이 날 까?
시중의 막걸리나 소주 등은 천편일률적으로 맛이 같다. 그래 그들은 자기네 술들은 사업성이 높다고 한다. 근데 전통주는 빚을 때마다 맛이 조금씩 차이가 나니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비아냥 거리기조차 한다. 그들이 빚는 술들은 백곡균 또는 황곡균 등 몇개의 종균 만을 가지고 입국을 만들어 술을 빚기 때문에 술맛이 거의 일정하게 나온다
그러나 전통주는 술에서 한가지 맛이 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때로는 수십종의 맛이 어울려서 난다. 어떤 때는 메론을 넣지 않았는데 메론맛이 나고 어떤 때는 모과향이 나는 가하면 어떤 때는 꽃향이 입가에 퍼지기도 한다. 이것이 전통주의 장점이다. 빚을 때마다 조금씩 술맛이 다르다. 다르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전통주의 장점이니까.
전통주는 전통누룩을 가지고 빚는데 이 누룩을 띄우게 되면 술에 직접적으로 간여를 하는 백곡균 또는 황곡균만 들어와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십종의 곰팡이들이 함께 들어와 살기도 한다. 이들이 직접적으로 술에 간여는 하지 못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각기 다른 맛과 향을 술에서 나타내게 된다. 그래 지역마다 곰팡이들의 종류가 틀릴 수 있으니까 맛이 조금씩 다른 술들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다양성이라고 표현을 한다. 전통주는 이러한 다양성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씩 독마다 맛은 다르지만 각 독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최고의 술맛을 나타낸다면 그 술이 최고인 것이다. 물론 각 독마다 술맛이 전혀 다른 맛을 나타낸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미세한 차이를 보이지만 그 맛도 상당히 좋다면 사업성은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오묘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과 달리 주변환경에 의해 술맛이 변하는 경우가 있으니 경계를 할 일이다. 그것은 온도를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에어컨 또는 온풍기의 곁에 있는 독들과 그와 떨어져 있는 독들 사이에는 맛에 있어서 차이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를 할 일이다.
또 같은 사람이 여러개 독의 술을 빚을 때 밑술을 혼합해주는 방법, 시간 등의 차이 또는 고두밥을 투입하는 시기 및 혼합하는 시간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어려운 이야기 지만 가능한 술빚을 때 재료의 계량화 내지 빚는 방법의 균일화, 정형화는 같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매번 술 빚는 방법과 시간 등이 동일하고 환경을 일정하게 관리해준다면 누룩의 품질여부를 떠나 거의 같은 수준의 술이 빚어질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